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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장면展, 오상택, '깃발' ,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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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2006,110cmX178cm,photographic digital print


작가노트     오상택


현대사회에서의 물질적 가치의 비대, 거대한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적 소외, 상실감.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느껴지는 삶에의 애착. 현대인의 삶은 그러한 이중적인 인간 삶 본연의 모순을 안고 진행되고 있다.

본인이 작업에서 표현하는 대부분의 소재들은 이러한 우리 현대인의 삶의 모습들을 수긍하며 그 삶에 대한 애착을 형상화 하는데 있다. serise “PROCESS”는 현대인들의 삶의 과정 안에 묻어있는 그들의 현실적 삶과 그 안에서 파생 될 수밖에 없는 이상에 대한 동경, 자연에 대한 동경을 본인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경험과 직관에 의해 상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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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택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세상의 모습을 보아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차이점이라면 고교생 ‘오상택’이 복잡한 설명과 함께 보여준 세상은 ‘사진’이라 불렀지만, 작가 ‘오상택’이 말없이 건네는 세상의 모습은 망설임 없이 ‘작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래 전부터 그는 번민하는 듯 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혹은 그의 비밀 카메라인 두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인간의 삶의 모습들에 대하여. ‘주어진 現實’과 ‘추구하는 理想’, 그 알 수 없는 괴리의 간극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그 무리들 속에는 우리 두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술 한잔 속에 빠져버린 고뇌로 침묵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문득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밝은 목소리로 내게 안부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그곳에서 뭘 하고 있냐고 묻지 않았고, 그 또한 내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수많은 날들이 지나고 며칠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조용한 찻집에 마주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수척해진 모습과는 달리 생기 넘치는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잠시 후 내 앞에 한 뭉치의 사진들이 놓여졌고, 그것이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무척이나 쓰디쓴 맛이었다. 설탕을 넣을까 잠시 망설이다 귀찮은 느낌이 들어 그냥 마시기로 했다. 미묘한 긴장과 흥분이 엄습했지만, 짐짓 여유로운 척 조용히 그의 작품들을 구경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몽환과 낭만, 외로움과 피로감 등이 묻어있는 듯 했다. 그 속에는 지쳐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물론 인생의 양념과도 같은 로맨틱한 순간의 만끽이나 평안한 휴식도 잊지 않는 센스를 가진 이들이었다.

작품 속에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 난 본능적으로 그들의 표정을 면밀히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묘하게도 나는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을 애써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그들의 복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現實과 理想이 공존하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내 손에 남겨진 하나의 작품,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조심스럽게 험준한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금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 반가운 느낌이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커피 잔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나는 더 이상 그 쓴 맛을 느낄 수 없었다.


現實과 理想, 예전에 누군가 내게 現實과 理想을 구분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고, 솔직히 지금도 선뜻 답변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런데 얼마 전 現實과 理想은 결코 다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이분법적 논리와 구분의 잣대로만 다루어져야 할 대상이 아닌 듯 했다. 現實에서 바라보는 것이 理想이고, 理想에 다가가는 발걸음이 現實이 아닐까? 現實에서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꿈이라면, 理想이란 이룰 수도 있는 내일의 모습일 것이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 다른 오늘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理想을 품에 안고 묵묵히 現實 속을 걸어갈 것이다. 때로는 서로 푸념하며 때로는 서로 격려하며…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과 나눈 대화로 두서 없는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누구나 어깨를 짓누르는 現實의 무게감이 있겠죠?”
“아마도 그럴테지요.”
“구태여 수치로 표현하자면 몇 kg이나 될까요?”
“글쎄요…”
“제 경우는 정확히 100kg이더군요.”
“네?”
“(미소) 가족이요… 와이프와 아이 둘의 몸무게를 합쳐보니 딱 100kg이더라구요.”
“발걸음이 무척 무겁겠군요?”
“물론 무겁지요. 근데 행복한 무게감이에요. 제 ‘理想’의 원동력이기도 하구요. 저는 행복합니다.”


김 정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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