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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한 사진전] Flux of 'rendez-vous' 조우 014 - 전시서문
김도한 ( HOMEPAGE ) | HIT : 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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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한, Kim Do-han

Flux of 'rendez-vous’ 조우 014, 2007  

gelatin silver print, 20x20"



soma.
'내가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해주었다.'
사람은 몸에 근거한다.
몸이 다른 몸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어떤 면을 발견하게 된다.
'몸'은 또 다른 몸을 만나 다른 모습을 찾게 된다.
또한 몸은 동일한 '다른 몸'과 시간의 차이나 주어진 상황이 다른 상태에서 다시 만날 때에도 보여지는 면이 다르다.
결국 몸은 만나는 다른 몸의 수 이상의 다른 면을 보여 주게 된다.
다시 말해 몸은 단 하나의 정체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면이 시시 때때로 보여진다.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나 다른 존재의 본질을 깊이 생각해볼 수 없었고,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할 기회가 적었다.
이 작업을 통해 나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 넓게는 자연과 인공물과의 정체성 충돌, 견제와 조화를 표현하고 본질의 발견을 스스로 돕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필름을 겹쳐 인화한 것은 'rendez-vous 조우'가 정체성 발견 과정의 핵심이며 아날로그가 디지털의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단계를 없애고 우연적인 풍부함이 '끊임없는 변화의 모습'이라는 의미와 맞았기 때문이며, 과노광과 현상단축은 이 모든 과정이 미완의 현재진행형임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노트)



Body와 Soma  

  인간의 관심사 중에서 무엇보다도 몸에 관한 관심이야말로 가장 매혹적이고 지속적인 것도 드물다. 몸은 은연중 우리 시대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몸을 생각하면 혼란스럽다. 플라톤 이후 지속되어 왔던 정신과 육체, 이성과 비이성, 감각과 지성 등 이분법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온 이래, 몸은 해명되지 않은 모호한 것의 집합체로 남아 있다. 몸에 대한 오랜 억압과 지배로부터 벗어났지만 여전히 질곡의 원천이기도 하다. 몸은 열등하고 금지된 것, 소외된 것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오늘 날 몸은 자아 성찰과 동의어의 시대에 들어섰다. 몸은 더 이상 통제와 억압의 대상이 아닌 욕망과 관리의 지표로 재발견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몸은 단순히 살덩어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고한 정신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인간은 몸으로 존재하는 실존적 존재이며 구체적 실체일 뿐이다. 인간은 다름 아닌 몸의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몸을 매개체로 삼고 이를 통해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기에 몸은 다른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고 접촉하는 장치이다. 나는 몸으로써만 타자의 몸을 만질 수 있고, 타자 역시 몸으로써만 내 몸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몸은 나의 욕망과 의지를 전적으로 따라가는 몸이 아니라 타자의 척도와 기준을 따라가는 몸이기도 하다. 몸의 의미를 발견하고 규정하는 것은 결국 타자들이다.
  
  김도한의 사진은 필름과 필름을 겹쳐 흑백 인화지에 샌드위치 인화하는 아날로그 작업이다. 남성 혹은 여성의 몸에 동성의 같은 몸을 겹치거나 때로는 다른 몸을 겹침으로써 상호 신체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듯 몸과 몸이 겹치면서 생기는 다양한 몸짓들은 사진가 자신의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울림과 다름없고 몸에 각인된 삶의 흔적과 욕망을 표면에 들어내는 작업이다. 사진 속의 몸은 보이지 않는 기억과 흔적을 중개하는 통로이며 다양한 행위의 몸짓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구성된 무언의 언어이다. 자신의 몸짓으로 표현해 내는 무언의 울림은 자신의 몸에 강렬한 공명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은 이분화된 자아, 즉 분신(double)의 문제에 대한 사진적 재현이기도 하다. 나와 또 다른 나 즉, 나의 분신이 만들어내는 관계에 유독 집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분신의 문제는 예술의 오래된 모티브라 할 수 있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현실의 이미지 사이의 혼돈에 빠져 자기애(自己愛)의 전형을 보여준 나르시스와 자신의 말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말만을 반복해야 되는 에코의 신화적 이야기가 그 전형이다. 나와 같음으로 인해 친밀감을 주기도 하고, 나와 다름으로 인해 불안과 낯설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분신의 문제는 자신을 분열시킴으로써 정체성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김도한은 이분화가 불러일으키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반응 즉, 친숙함과 낯설음에 대한 문제를 오버랩 시킨 몸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체성에 대한 김도한의 탐색은 타자의 몸을 등장시켜 치열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여기서 타자는 불확실한 나의 존재를 비추어주는 거울, 즉 나의 또 다른 이미지이며 나와는 결코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는 관계이다. 서로 다른 타자들의 몸을 겹쳐 상호 신체적으로 연결하는 그의 작업 과정은 의사소통의 일환이며 몸의 사회화 과정이라 할 수 있듯이 그의 작업은 결국 무수한 몸들과의 공존을 통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어진다. 여기서 작가의 표현대로 자신의 몸은 다른 몸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어떤 면을 발견하게 되고, 또 다른 모습을 찾게 된다. 사실 한 개인의 몸은 그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크리스 쉴링은 몸의 사회학에서 풍요로운 서구사회에서, 몸은 개인의 자아정체성의 일부로서 수행되어야 하고 완성되어져야 할 일종의 프로젝트로 간주되고 있다고 했다. 김도한의 사진작업은 규명할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의 몸, 타자의 몸과의 접촉에서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결국 나의 몸은 타자로서의 몸의 연장이며 타자의 몸 역시 나의 몸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게 된다. 몸과 정신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살아있는 몸이라는 의미의 Soma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용하면서 그 Soma가 구현해 내고 있는 욕망과 불안, 두려움과 떨림, 고정되지 않는 정체성을 표출해 보여주고 있다.

                                                        김남진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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